제2부 6장
지장간 심화 — 월률분야와 통근의 강약
제2부 1장에서 지지 속에는 지장간이라는 숨은 천간이 들어 있다고 했다. "겉의 여덟 글자가 이력서라면 지장간은 서랍 속 잠재력"이라는 비유까지가 초급의 이해다. 이 장에서는 서랍을 실제로 열어 본다. 어떤 지지에 어떤 천간이 왜 들어 있는지, 한 달 안에서 그들이 어떻게 교대 근무를 하는지(월률분야), 그리고 같은 "뿌리"라도 왜 강약이 다른지(통근의 등급)를 다룬다. 여기까지 오면 만세력 화면의 지장간 줄이 장식이 아니라 세력 계산의 핵심 데이터로 보이기 시작한다.
- 지장간은 여기(앞 계절의 잔재) · 중기(삼합이 예고하는 미래) · 정기(그 지지의 본체) 세 층으로 구성된다.
- 월지의 지장간은 절입 후 날짜에 따라 사령(당번)이 교대한다 — 이것이 월률분야다.
- 통근에는 등급이 있다: 어느 지지인가(월지>일지>시지>연지) × 어느 층인가(정기>중기>여기).
- 오행 "개수 세기"는 입문용이고, 실제 세력 판단은 지장간의 질까지 봐야 한다.
1. 복습 겸 전체 지도 — 12지지의 지장간 총표
먼저 전체 표를 한 번에 보자. 각 지지 안에 천간이 머무는 날수(월률분야 일수)까지 적었다. 한 달 약 30일을 지장간들이 나누어 관장한다는 뜻이다.
| 지지 | 여기(餘氣) | 중기(中氣) | 정기(正氣) | 기억 포인트 |
|---|---|---|---|---|
| 자(子) | 임(壬) 10일 | — | 계(癸) 20일 | 왕지 — 순수한 수 |
| 축(丑) | 계(癸) 9일 | 신(辛) 3일 | 기(己) 18일 | 고지 — 금의 창고 |
| 인(寅) | 무(戊) 7일 | 병(丙) 7일 | 갑(甲) 16일 | 생지 — 화의 장생 |
| 묘(卯) | 갑(甲) 10일 | — | 을(乙) 20일 | 왕지 — 순수한 목 |
| 진(辰) | 을(乙) 9일 | 계(癸) 3일 | 무(戊) 18일 | 고지 — 수의 창고 |
| 사(巳) | 무(戊) 7일 | 경(庚) 7일 | 병(丙) 16일 | 생지 — 금의 장생 |
| 오(午) | 병(丙) 10일 | 기(己) 9일 | 정(丁) 11일 | 왕지 — 유일하게 중기 있음 |
| 미(未) | 정(丁) 9일 | 을(乙) 3일 | 기(己) 18일 | 고지 — 목의 창고 |
| 신(申) | 무(戊) 7일 | 임(壬) 7일 | 경(庚) 16일 | 생지 — 수의 장생 |
| 유(酉) | 경(庚) 10일 | — | 신(辛) 20일 | 왕지 — 순수한 금 |
| 술(戌) | 신(辛) 9일 | 정(丁) 3일 | 무(戊) 18일 | 고지 — 화의 창고 |
| 해(亥) | 무(戊) 7일 | 갑(甲) 7일 | 임(壬) 16일 | 생지 — 목의 장생 |
※ 분야 일수는 『연해자평』 계열의 통용본을 따랐다. 문헌·학파에 따라 하루이틀 차이가 있고(예: 사巳의 여기를 5일로 보는 본), 신(申)의 여기를 기(己)+무(戊)로 나누는 본도 있다. 층의 구조 자체는 모든 학파가 같다.
2. 왜 하필 이 천간들이 들어 있나 — 표를 외우지 않아도 되는 이유
이 표는 무작위가 아니다. 세 가지 규칙이 전부다. 규칙을 알면 표는 언제든 재구성할 수 있다.
첫째, 여기(餘氣)는 앞 지지의 정기가 남아 넘어온 것이다. 계절은 칼로 자르듯 바뀌지 않는다. 입춘이 지나 인(寅)월이 되어도 첫 주는 아직 겨울 흙의 찬 기운이 남아 있다 — 그래서 인의 여기는 무(戊)토다(앞 달 축丑토의 연장, 양지라 양간으로 받는다). 묘(卯)의 여기가 갑(甲)인 것도 앞 달 인의 정기 갑이 넘어온 것이다. "여기 = 전임자의 인수인계 기간"으로 이해하면 된다.
둘째, 중기(中氣)는 삼합이 예고하는 미래다. 제3부 1장에서 배울 삼합 — 인오술이 모이면 화국이 된다 — 을 미리 당겨 쓰면, 생지의 중기는 그 삼합에서 태어날 오행의 양간이다. 인(寅)은 인오술 화국의 출발점이라 중기에 병(丙)화를 품고, 신(申)은 신자진 수국의 출발점이라 임(壬)수를, 사(巳)는 사유축 금국의 출발점이라 경(庚)금을, 해(亥)는 해묘미 목국의 출발점이라 갑(甲)목을 품는다. 고지의 중기는 반대로 그 삼합에서 거두어 저장하는 오행의 음간이다 — 술(戌)이 화국의 창고라 정(丁)화를 품는 식이다. 제2부 5장의 12운성과도 맞물린다: 생지의 중기는 그 오행의 장생지에서 갓 태어난 기운이다.
셋째, 정기(正氣)는 그 지지 본연의 오행이다. 가장 오래(16~20일) 관장하고, 지지의 십성·통근을 따질 때의 기본값이다. 왕지(자·묘·유)는 계절의 절정이라 잡기가 거의 없이 여기+정기의 순수한 구성이고, 오(午)만 예외적으로 한여름의 흙(기토)을 중기로 품는다.
3. 월률분야 — 같은 달에 태어나도 당번이 다르다
이제 이 장의 첫 번째 심화 개념이다. 위 표의 "날수"는 장식이 아니라 월지 안에서의 근무표다. 절입일부터 세어 처음 며칠은 여기가, 다음 며칠은 중기가, 나머지는 정기가 그 달의 사령(司令) — 당번 — 을 맡는다. 이를 월률분야(月律分野)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인(寅)월생이라도, 입춘 후 3일째 태어난 사람은 무(戊)토가 사령하는 기간에, 10일째는 병(丙)화 사령 기간에, 20일째는 갑(甲)목 사령 기간에 태어난 것이다. 같은 "호랑이달 출생"이 셋으로 갈라진다 — 겨울 흙의 잔재 속에 태어난 인월생과, 봄 나무가 완연한 인월생은 월지가 주는 기운의 질이 다르다.
월률분야는 어디에 쓰는가. 전통 격국론(특히 『자평진전』 계열)은 격을 잡을 때 "월지에서 사령한 글자가 투간했는가"를 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절입 초반 출생이라면 정기가 아니라 여기·중기로 격이 잡힐 수 있다는 뜻이다. 신강약 판단에서도 득령을 세밀하게 보는 학파는 "월지 오행"이 아니라 "사령 천간"으로 따진다. 다만 현대 실무에서는 정기 위주로 보되, 절입 7일 안팎 출생이면 여기의 영향을 참작하는 절충이 널리 쓰인다 — 이 책과 이 사이트의 만세력도 그 절충을 따른다.
4. 통근의 등급 — 뿌리에도 굵기가 있다
제1부 3장에서 통근(천간이 지지의 지장간에 같은 오행의 뿌리를 두는 것)을 배웠다. 심화는 여기서부터다: 통근은 있다/없다가 아니라 굵다/가늘다로 읽는다. 두 가지 축이 있다.
축 1 — 어느 지지에 뿌리내렸나
같은 뿌리라도 자리의 힘이 다르다. 계절의 사령관인 월지가 가장 강하고, 내가 깔고 앉은 일지가 다음, 시지, 연지 순이다. 월지 하나의 뿌리가 연지 두 개의 뿌리보다 무겁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축 2 — 지장간의 어느 층에 뿌리내렸나
| 층 | 강도 | 비유 | 예 (갑甲목 기준) |
|---|---|---|---|
| 정기 뿌리 | 강 — 온전한 뿌리 | 대주주 | 인(寅)·묘(卯)에 뿌리 — 건록·제왕급 |
| 중기 뿌리 | 중 — 절반의 뿌리 | 지분 투자자 | 해(亥)의 중기 갑 — 장생의 뿌리 |
| 여기 뿌리 | 약 — 스치는 뿌리 | 단기 세입자 | 진(辰)의 여기 을 — 곧 끝나는 봄의 잔재 |
고지(진·술·축·미)의 중기 뿌리는 특별히 묘고(墓庫)의 뿌리라 부른다. 창고에 갇힌 지분이라 평소에는 약하지만, 형·충으로 창고가 열리는 운에 갑자기 살아나는 극적인 뿌리다 — "고장지의 개고(開庫)"라는 개념으로, 제3부 2장(형충회합 실전)에서 다시 만난다.
참고로 통근은 같은 오행이면 음양이 달라도 성립한다. 갑(양목)은 묘(卯)의 정기 을(음목)에도 뿌리내린다. 반면 "생해주는 오행"은 뿌리가 아니다 — 갑목에게 자(子)수는 인성(도움)이지 통근이 아니다. 뿌리는 오직 같은 오행뿐이다.
천간별 뿌리 지도
| 천간 | 강한 뿌리(정기) | 중간 뿌리(중기) | 약한 뿌리(여기) |
|---|---|---|---|
| 갑·을(목) | 인, 묘 | 해, 미(고) | 진 |
| 병·정(화) | 사, 오 | 인, 술(고) | 미 |
| 무·기(토) | 진, 술, 축, 미, (사·오도 준함) | — | 인, 신, 사, 해의 여기 무 |
| 경·신(금) | 신, 유 | 사, 축(고) | 술 |
| 임·계(수) | 해, 자 | 신, 진(고) | 축 |
※ (고)는 묘고의 뿌리. 토의 통근은 학파 간 이견이 가장 큰 영역이라(화토동법 등) 대표적 관점만 적었다.
5. 실전 — 같은 "금 4개"도 다 같은 4가 아니다
제1부 4장에서 세운 예제 사주(임자년 신해월 경신일 경진시, 경금 일간)로 돌아가 보자. 겉으로 드러난 금은 경·경·신·신(申) 네 글자다. 초급 독법은 "금 4개, 강하다"에서 끝난다. 심화 독법은 이렇게 들어간다.
- 일간 경금의 뿌리를 찾는다 — 일지 신(申)의 정기 경금. 자리로도(일지) 층으로도(정기) 최상급 뿌리다. 12운성으로 건록 — 제 발로 선 금이다.
- 시지 진(辰)은? 지장간 을·계·무 — 금이 없다. 뿌리는 아니고, 정기 무토가 금을 생하는 인성 노릇을 한다.
- 월지 해(亥)는? 무·갑·임 — 역시 금이 없다. 월지의 사령은 수 — 일간은 실령했다.
- 결론: 이 사주의 금은 "개수는 4개지만 뿌리는 일지 하나"다. 대신 그 하나가 최상급이라 일간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한편 수는 임·자·해에 신(申)의 중기 임까지, 개수 3에 뿌리까지 탄탄하다 — 그래서 이 사주는 "금 4 대 수 3"이 아니라 "버티는 금 vs 흐르는 수의 팽팽한 구도"로 읽힌다.
이것이 지장간 심화의 효용이다. 개수는 같아도 뿌리의 자리와 층이 다르면 세력이 다르고, 세력이 다르면 신강약(제2부 3장)과 용신(제2부 4장)의 결론이 달라진다. 이 사이트의 만세력이 오행 개수와 별도로 신강약 점수에 지장간 가중치를 반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 만세력에서 내 사주를 뽑고, 네 기둥 아래 지장간 줄(작은 글자 세 개씩)을 확인한다.
- 위 "천간별 뿌리 지도"에서 내 일간 행을 찾아, 내 네 지지 중 뿌리가 되는 글자를 표시한다.
- 뿌리마다 등급을 매겨 본다 — 어느 지지인가(월>일>시>연) × 어느 층인가(정기>중기>여기).
- 절입일로부터 며칠째 태어났는지 세어(제1부 4장의 절기 표 참조), 내 월지의 사령이 여기·중기·정기 중 무엇이었는지도 확인해 보자.
- 지장간 3층 구조: 여기=전임자의 인수인계, 중기=삼합이 예고하는 미래, 정기=본체. 규칙을 알면 표는 외울 필요가 없다.
- 월률분야: 월지의 지장간은 절입 후 날수에 따라 사령이 교대한다. 절입 초반 출생은 여기·중기의 영향을 참작한다.
- 통근의 등급 = 자리(월>일>시>연) × 층(정기>중기>여기). 묘고의 뿌리는 창고가 열리는 운에 살아난다.
- 통근은 같은 오행끼리만 — 생해주는 오행은 도움이지 뿌리가 아니다.
- 오행 개수는 입구, 뿌리의 질이 본론. "몇 개인가"에서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는가"로 질문을 바꾸는 것이 중급의 문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