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1장
합·충·형·파·해 — 글자들의 관계 역학
제2부에서 여덟 글자를 하나씩 읽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글자는 혼자 있지 않다. 나란히 놓인 글자들은 서로 당기고 부딪치며, 그 반응 때문에 글자 하나의 성질이 바뀌기도 한다.
이것이 제3부의 주제인 관계의 역학이다. 이 장은 그 종류와 판정법을 정리한다. 종류를 아는 것과 실제 사건으로 번역하는 것은 다른 기술이므로, 실전 통변은 제3부 3장에서 따로 다룬다. 여기서는 사전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 관계는 크게 둘 — 합(끌어당겨 묶임)과 충(정면충돌). 나머지는 그 변주다.
- 천간의 관계는 합·충 두 가지뿐이고, 지지의 관계는 합(육합·삼합·방합) · 충 · 형 · 파 · 해로 훨씬 복잡하다.
- 합은 좋고 충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합은 묶어서 못 쓰게 만들기도 하고, 충은 막힌 것을 열기도 한다.
- 겹칠 때의 힘은 대체로 회합(삼합·방합) > 육합 > 충 > 형·파·해 순이고, 붙어 있는 글자가 우선이다.
- 파·해·원진은 학파에 따라 거의 쓰지 않기도 한다. 보조 지표로만 다룬다.
1. 왜 관계를 따로 보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관계가 글자의 작동을 바꾸기 때문이다. 세 가지 방식으로 바뀐다.
- 묶인다 — 합이 되면 두 글자가 서로를 붙들어 제 일을 못 하게 된다. 내 사주의 정관(직장)이 묶이면 그 기능이 "다른 데 정신 팔린" 상태가 된다.
- 깨진다 — 충이 되면 약한 쪽이 뽑혀 나간다. 그 글자가 맡던 영역에 공백이 생긴다.
- 변한다 — 합이 성립하면 두 글자가 아예 다른 오행으로 바뀌기도 한다(합화合化). 다만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로는 드물다.
그래서 제2부에서 센 오행의 개수나 십성의 배치가 관계 때문에 수정될 수 있다. 원국을 읽는 마지막 단계가 관계 점검인 이유다.
2. 천간의 관계 — 합과 충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라 관계가 단순하다. 합 다섯 쌍, 충 네 쌍이 전부다.
천간합 (5쌍)
천간의 순서(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에서 여섯 번째 글자끼리 합한다. 甲에서 세면 己가 여섯 번째다. 음양이 반드시 다르고(양간+음간), 극(剋) 관계에 있는 짝이다. 미워하면서 끌리는, 애증의 결합이라는 해석이 붙는다.
| 합 | 변하는 오행(합화) | 별칭 |
|---|---|---|
| 甲 + 己 | 토(土) | 중정지합 — 중용과 바름 |
| 乙 + 庚 | 금(金) | 인의지합 — 어질고 의로움 |
| 丙 + 辛 | 수(水) | 위제지합 — 위엄과 다스림 |
| 丁 + 壬 | 목(木) | 음란지합 — 정이 많음 |
| 戊 + 癸 | 화(火) | 무정지합 — 나이 차 나는 인연 |
별칭은 옛 문헌의 표현이라 현대의 감각과 맞지 않는 것도 있다. "음란지합" 같은 이름을 사람의 품성 판정으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름은 기억을 돕는 장치로만 쓰고, 해석은 "정이 많고 감정적 결합이 강한 조합" 정도로 옮기는 것이 온당하다.
중요한 것은 합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변해서 될 오행이 월령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방해하는 글자가 없어야 하는데, 이 조건이 다 맞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합은 변하지 못하고 서로 묶인 상태에 머문다(기반羈絆).
천간충 (4쌍)
천간의 순서에서 일곱 번째 글자끼리 충한다. 甲에서 세면 庚이 일곱 번째라, 천간충을 칠충(七沖)이라고도 부른다. 음양이 같고 오행이 서로 극하는 관계다.
| 충 | 甲 ↔ 庚 | 乙 ↔ 辛 | 丙 ↔ 壬 | 丁 ↔ 癸 |
|---|---|---|---|---|
| 오행 | 목 ↔ 금 | 목 ↔ 금 | 화 ↔ 수 | 화 ↔ 수 |
戊·己(토)는 충하는 짝이 없다. 토가 중앙에 있어 대립각을 이루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간충은 지지충보다 가볍게 본다 — 하늘의 기운은 형체가 없어 부딪혀도 흩어질 뿐, 지지처럼 뿌리가 뽑히지는 않는다는 관점이다.
3. 지지의 합 — 세 종류
지지의 합은 세 가지이고, 뭉치는 원리가 각각 다르다.
육합 (6쌍) — 짝을 이루는 결합
子丑에서 시작해 안쪽으로 접어 나가듯 짝을 이루는 여섯 쌍이다(子丑 · 寅亥 · 卯戌 · 辰酉 · 巳申 · 午未). 삼합처럼 큰 세력을 만들지는 않고 두 글자를 서로 묶는 데 그친다.
| 육합 | 子 + 丑 | 寅 + 亥 | 卯 + 戌 | 辰 + 酉 | 巳 + 申 | 午 + 未 |
|---|---|---|---|---|---|---|
| 성격 | 두 글자가 서로 묶인다. 인연·협력·계약의 표시이자, 묶여서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는 표시이기도 하다 | |||||
삼합 (4국) — 세 글자가 만드는 큰 세력
가장 강력한 합이다. 생지(시작) · 왕지(절정) · 고지(마무리) 세 글자가 모여 하나의 오행 세력(국局)을 이룬다. 앞 장에서 도화·역마·화개의 기준이 된 바로 그 삼합이다(제3부 2장).
| 삼합 | 구성 | 이루는 국 | 왕지(핵심 글자) |
|---|---|---|---|
| 수국 | 申 · 子 · 辰 | 수(水) | 子 |
| 목국 | 亥 · 卯 · 未 | 목(木) | 卯 |
| 화국 | 寅 · 午 · 戌 | 화(火) | 午 |
| 금국 | 巳 · 酉 · 丑 | 금(金) | 酉 |
세 글자가 다 있으면 완전한 삼합이고, 두 글자만 있으면 반합(半合)이다. 단 조건이 있다 — 가운데 왕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반합으로 친다. 申子(왕지 子 포함)와 子辰(왕지 子 포함)은 반합이지만, 申辰은 반합이 아니다. 왕지가 그 오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의 만세력도 이 규칙으로 판정한다.
반합은 실전에서 특히 중요하다. 비어 있는 한 글자가 운에서 들어오면 국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 해가 국면 전환의 후보가 된다(제3부 3장).
방합 (4국) — 같은 계절끼리
같은 계절의 세 글자가 뭉치는 것이다. 삼합이 "목적을 공유한 결사"라면 방합은 "같은 고향 사람들"에 가깝다. 세력의 크기는 방합이 더 크지만, 결속의 성격은 삼합이 더 목적 지향적이라고 본다.
| 방합 | 구성 | 계절 | 이루는 국 |
|---|---|---|---|
| 수국 | 亥 · 子 · 丑 | 겨울 | 수(水) |
| 목국 | 寅 · 卯 · 辰 | 봄 | 목(木) |
| 화국 | 巳 · 午 · 未 | 여름 | 화(火) |
| 금국 | 申 · 酉 · 戌 | 가을 | 금(金) |
4. 지지의 충 (6쌍)
열두 지지의 원에서 정확히 마주 보는 여섯 쌍이다. 180도 반대편이라 정면충돌이다.
| 충 | 구성 | 종류 | 성격 |
|---|---|---|---|
| 寅 ↔ 申 | 생지끼리 | 생지충 | 역마의 충돌 — 이동·이사·이직·출장 |
| 巳 ↔ 亥 | 생지끼리 | ||
| 子 ↔ 午 | 왕지끼리 | 왕지충 | 도화의 충돌 — 감정·관계의 정면 대립 |
| 卯 ↔ 酉 | 왕지끼리 | ||
| 辰 ↔ 戌 | 고지끼리 | 고지충 | 창고의 충돌 — 저장된 것이 열린다(개고開庫) |
| 丑 ↔ 未 | 고지끼리 |
충을 "나쁜 것"으로만 보면 절반을 놓친다. 충은 사건의 형식이지 길흉이 아니다. 특히 고지충은 창고를 여는 열쇠라, 잠자던 재물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충의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는 부딪히는 두 글자의 세력과 그 글자가 용신인지 기신인지가 정한다(제3부 3장).
5. 형·파·해 — 그리고 원진
합과 충 다음의 관계들이다. 힘은 약하고, 학파에 따라 비중이 크게 갈린다. 아예 쓰지 않는 학파도 있다는 점을 먼저 밝혀 둔다.
형(刑) — 벌하고 조정하는 마찰
충이 정면충돌이라면 형은 비틀린 마찰이다. 관재·수술·구조조정처럼 "고통스러운 정리" 이미지가 붙는다. 네 종류가 있다.
| 종류 | 구성 | 이름 | 이미지 |
|---|---|---|---|
| 삼형 | 寅 · 巳 · 申 | 지세지형(持勢之刑) | 세력을 믿고 밀어붙이다 생기는 마찰 |
| 삼형 | 丑 · 戌 · 未 | 무은지형(無恩之刑) | 은혜가 배신으로 돌아오는 형태 |
| 상형 | 子 · 卯 | 무례지형(無禮之刑) | 예의 없는 충돌, 감정의 마찰 |
| 자형 | 辰辰 · 午午 · 酉酉 · 亥亥 | 자형(自刑) | 같은 글자끼리 —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형 |
삼형은 세 글자가 다 모여야 성립한다. 두 글자만 있으면 반형으로 약하게 본다(寅巳, 巳申, 丑戌, 戌未). 참고로 寅과 申은 두 글자만 있으면 이미 충이므로 충으로 처리한다.
파(破) — 금이 가는 균열
| 파 | 子 · 酉 | 丑 · 辰 | 寅 · 亥 | 卯 · 午 | 巳 · 申 | 未 · 戌 |
|---|---|---|---|---|---|---|
| 이미지 | 깨뜨림 — 진행 중이던 일에 균열이 가는 정도. 충보다 훨씬 가볍다 | |||||
해(害) — 가까운 사이의 은근한 방해
| 해 | 子 · 未 | 丑 · 午 | 寅 · 巳 | 卯 · 辰 | 申 · 亥 | 酉 · 戌 |
|---|---|---|---|---|---|---|
| 이미지 | 육합을 방해하는 관계 — 가까운 사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어긋남, 뒷말 | |||||
원진(怨嗔) — 이유 모를 애증
| 원진 | 子 · 未 | 丑 · 午 | 寅 · 酉 | 卯 · 申 | 辰 · 亥 | 巳 · 戌 |
|---|---|---|---|---|---|---|
| 이미지 | 까닭 없이 껄끄러운 관계. 미워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애증으로 읽는다 | |||||
표를 나란히 놓으면 겹치는 쌍이 눈에 띈다. 寅亥와 巳申은 육합이면서 동시에 파이고, 子未와 丑午는 해이면서 동시에 원진이다. 이런 중첩은 오류가 아니라 이 체계의 실제 모습이다.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목록들이 겹쳐 쌓인 결과이며, 이것이 파·해·원진을 보조 지표로만 쓰는 또 하나의 이유다. 실무에서는 합과 충을 먼저 확정하고, 형·파·해·원진은 색을 더하는 정도로 쓴다.
6. 겹칠 때는 어떻게 읽는가
실제 사주에서는 여러 관계가 동시에 걸린다. 이때 적용하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 힘의 순서 — 대체로 회합(삼합·방합) > 육합 > 충 > 형 > 파·해·원진 순으로 강하다. 삼합에 묶인 글자는 웬만한 충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 거리의 원칙 — 붙어 있는 글자끼리의 관계가 먼저다. 월지와 일지처럼 이웃한 관계가, 연지와 시지처럼 멀리 떨어진 관계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합이 충의 브레이크가 된다는 점이다. 충해야 할 글자가 다른 글자와 합에 정신이 팔리면 충이 무산되거나 미뤄진다(탐합망충貪合忘沖). 반대로 합으로 묶여 있던 글자를 운에서 온 충이 풀어 주기도 한다. 합과 충은 서로를 견제한다.
이 원칙들을 실제 사건으로 번역하는 방법 — 어느 기둥이 흔들리면 어느 영역의 일이 되는지, 세력 차이로 승패를 어떻게 가르는지 — 은 제3부 3장에서 이어서 다룬다.
7. 예제 사주의 관계
예제 사주(양력 1972년 11월 25일 08:30 남성)의 네 지지는 子(연) · 亥(월) · 申(일) · 辰(시)이다. 위 표들을 하나씩 대조하면 세 가지가 걸린다.
| 관계 | 글자 | 자리 | 읽는 법 |
|---|---|---|---|
| 삼합 | 申 · 子 · 辰 | 일지 · 연지 · 시지 | 수국 완성 — 가장 강력한 관계. 세 글자가 뭉쳐 수(水) 세력을 이룬다 |
| 해 | 亥 · 申 | 월지 · 일지 | 가까운 자리의 미묘한 어긋남 (보조 지표) |
| 원진 | 亥 · 辰 | 월지 · 시지 | 까닭 없는 껄끄러움 (보조 지표) |
가장 중요한 것은 申子辰 수국이다. 이 사주의 겉 오행은 금 4개 · 수 3개였는데(제2부 1장), 삼합으로 세 지지가 수(水)로 뭉치면서 수의 세력이 실질적으로 더 커진다. 일간 庚금에게 수는 식상(내가 낳는 것)이므로, 이 사주는 표현과 생산 쪽으로 기운이 강하게 흐르는 구조가 된다. 격국이 식신격이라는 판정(제2부 4장)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다.
동시에 이것은 부담이기도 하다. 식상이 강해질수록 일간의 기운은 빠져나간다. 신강약이 중화(47점)에 머물면서 약간 신약 쪽으로 기운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제2부 3장). 이 사주에 화(火)가 용신인 것 — 넘치는 수를 다스리고 차가운 사주를 데우는 기운 — 도 이 구조와 맞물린다.
해와 원진은 어떤가. 둘 다 월지 亥가 걸려 있다. 월지는 사회 활동의 무대이므로 그 영역에서 미묘한 마찰이 반복될 소지로 읽을 수 있다. 다만 보조 지표임을 잊지 말자. 삼합이라는 큰 구조를 확정한 다음, 그 위에 얹는 정도의 정보다.
- 만세력에서 내 사주를 뽑고, 결과 화면의 합충 줄에 표시된 관계를 전부 적는다.
- 각 관계를 강한 것부터 정렬해 본다 — 삼합·방합 > 육합 > 충 > 형 > 파·해·원진.
- 가장 강한 관계에 걸린 글자가 어느 기둥에 있는지 표시한다(연·월·일·시). 이것이 그 관계가 작동하는 영역이다.
- 그 글자들이 어떤 십성인지도 확인한다. "묶인 것이 관성인가 재성인가"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 반합이 있다면 어떤 글자가 오면 국이 완성되는지 적어 두자. 그 글자의 해가 국면 전환 후보다.
- 관계가 하나도 없다면? 그것도 정보다. 글자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 제 일을 하는 구조로 읽는다.
- 천간: 합 5쌍(甲己·乙庚·丙辛·丁壬·戊癸) · 충 4쌍(甲庚·乙辛·丙壬·丁癸). 합화는 조건이 까다로워 드물다.
- 지지의 합: 육합 6쌍 · 삼합 4국(왕지 필수, 없으면 반합 아님) · 방합 4국(같은 계절).
- 지지의 충 6쌍: 생지충(이동) · 왕지충(감정) · 고지충(개고).
- 형: 삼형 2조(寅巳申·丑戌未) · 상형(子卯) · 자형(辰辰·午午·酉酉·亥亥).
- 파·해·원진은 힘이 약하고 목록이 서로 겹치기도 한다. 보조 지표로만 쓴다.
- 겹치면 힘의 순서와 거리(붙어 있는 쪽 우선)로 정리한다. 실전 통변은 제3부 3장.